남들이 보기엔 에듀푸어라 돈 없어서 절로 그리 됐다고 하겠지만, 저는 지금이 마음에 들어요.

사실 많은 한국 남자들이 중년에 접어들면서 방황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20-30대에는 치열하게 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적 여유는 생겼지만, 내가 젊었을 때 꿈꿨던 엄청난 성공을 이루지 못했을 때, 엄청난 공허함이 몰려오죠.

이럴 때 많은 남성분들이 한눈을 팔기도 해요. 갑자기 고급 외제차나 명품 시계에 관심이 생기거나, 고가 장비를 필요로 하는 골프, 낚시, 모터바이크, 캠핑 등 취미생활에 집착하기도 하고요. 일부 최악의 경우에는 외도로 가정을 파괴하기도 하죠.

저도 잠시 이런 방황의 시기가 있었어요. 어느 날 방송에서 중년의 남성도 가꾸는 남성이 멋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명품 옷 사는 데 집착하게 됐어요. 젊었을 때는 꿈도 못 꿨던 명품 브랜드를 살 수 있게 되니 하나, 둘씩 사모으는 재미도 있었고, 자꾸 백화점 매장을 들락거리다 보니 점원들과 친해져서 신상품이 들어올 때마다 연락을 받게 되고, 그러면 또 미안해서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사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됐죠.

사실 저의 이런 변해가는 모습이 아내에게는 무척이나 꼴 보기 싫었을 거예요. 주변에서는 겉으로 멋져 보인다고 칭찬해주지만, 아마 뒤에서는 나이 들어 추하다고 욕했을 거예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국제교육을 시작한 후, 중년의 방황이 저절로 치유되었어요. 국제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 먼저 그 길을 간 선배가 "네가 무슨 금액을 생각하든 그것보다 더 들 거야"라고 했는데, 정말 그 말이 맞았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낭비병이 치료되었죠.

올해 미국 명문 사립대 학비가 얼마인지, 매년 5% 수업료가 인상된다고 가정하고, 우리 아이가 몇 년 후 대학에 가야 하는지 계산기를 두들기니 백화점 매장에 들락거리며 국제교육까지는 도저히 시킬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백화점 매장 번호를 다 차단하고 과소비를 끊었어요.

지금은 타던 외제차를 정리하고, 아이 운동 장비 싣기 좋고 친구들 태워주기 좋은 카니발로 바꾸었어요. 학원 라이드 주고 커피숍에서 기다리는 돈도 아까워 주차장 차 안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공부하며 살고 있어요. 비싼 PT와 필라테스를 중단하고, 유니클로에서 시원하고 깔끔한 옷을 사 입는 삶으로 변했죠.

가끔은 비싼 스포츠차를 타고 라이딩 가는 친구들이나 휴가 때마다 골프 여행 가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한데, 돈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밖을 안 나가고 부부 사이는 훨씬 더 좋아졌어요.

남들이 보면 에듀푸어의 삶이지만, 몇 년 해보니 나쁘지 않아요. 무엇보다 학원 라이드 주고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가 차 안으로 뛰어들며 아빠 오늘 학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며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면, 명품 매장을 기웃거릴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요. 이런 긍정적인 얘기도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가성비 문제 이런거 말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