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치 사람입니다. 그래서 대치얘기에 관심이 많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대치사람은 아닐지도요? 아주 정확히는 대치동이 아닌 횡단보도 건너 도곡동에 살고 있습니다. 역삼, 개포, 도곡, 대치, 조금 넓게는 일원까지 대치권이라고 하는데요, 이곳에서도 선호하는 초등학교는 대도초, 대곡초, 대치초 이렇게 세 곳입니다. 대도초는 서울에서 대표적인 과밀학교라 우스갯소리로 서울대(도, 곡, 치)초등학교라고도 불립니다. 최근에는 도성초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진선여중고가 있어서 여아 부모들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 세 학교들은 근처에 빌라나 임대가 거의 없거나 전무하고, 교육열과 아이들 수준이 상상을 초월해서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입학시키려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타워팰리스 주민들이 개일초 대신 대도초로 배정해달라는 민원을 많이 넣기도 했습니다.

휘문 라인인 대현초는 언덕에 위치해 있고 남학생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도곡초는 롯데백화점 뒤쪽에 빌라들이 밀집한 곳에 위치해 있으며 혁신초이기도 합니다. 좁은 골목에 차량 통행이 잦아 선호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학원 접근성이 좋고 수영장이 잘 되어 있으며 학생 수가 적어 분위기가 좋습니다. 거주 비용이 저렴해 다른 학교에 비해 대치 지역으로의 연착륙이 비교적 쉽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등하교 시간에는 녹색 어머니들이 잘 정리해주신다고 합니다.

도곡1동 근처에 있는 언주초는 방과 후 프로그램과 돌봄이 잘 되어 있어 맞벌이 부모들에게 좋습니다.

대치권 초등학교들은 어느 학교든 아이들이 상향평준화되어 있어 모두 잘하는 편입니다. 학교에서 해주는 것은 전국 어디나 마찬가지이듯, 사립초가 아니면 비슷합니다. 대치초는 선경에서 돈 자랑, 미도에서 학벌 자랑, 우성에서 권력 자랑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단지 속에 있는 학교인데, 받아쓰기나 일기를 하지 않아 공부를 안 시킨다는 불만이 있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학원이 아이들을 만들어줍니다.

저희 아이는 대도초에 재학 중입니다. 여기에도 장난꾸러기가 있는데, 그 아이는 초2 때 중등 수학을 나가고 대치 수학 학원 탑반을 휩쓸고 있습니다. 비학군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교실에서 일어나지 않지만, 참관 수업에 가보면 1, 2학년들은 마치 유치원 같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보드게임을 하거나 모여서 학원 숙제를 하는 분위기입니다. 등하교길에 영어로 대화하는 아이들이 흔하고, 반에 엄마, 아빠가 의사인 아이들이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대치동에서는 공부 외에도 아이들에게 해주는 세 가지가 있는데, 치아 교정, 드림렌즈, 성장호르몬 주사입니다. 초1부터 새벽에 자는 아이들이 많아 키가 안 크는 경우가 있어 성장 주사를 맞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새로 이사 오시면 대치동이 너무 좋아 보이는 허니문 기간을 겪으시는데, 너무 큰 기대나 편견 없이 여기나 저기나 사람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대치동 아이들이 아파트 평수 따지는 것은 드라마에서 만들어낸 루머입니다. 그런 거 전혀 없고, 서로 조심합니다. 학교 동문일 수도 있어서요. 여기서는 반지하에 살아도 전교 1등이 최고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편견 없는 동네입니다.

자탐 보다보니 대치동에 대한 편견도 있고, 기대도 있는 거 같아 실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담백하게 후기 남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