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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가 정신병자일수도 있다면(펌)

  • 익명
  • 일 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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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리 집 개가 죽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딸과 붙어 지내던 개였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온라인 수업을 하느라 딸아이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때는 정말 개와 딸아이가 자매 같은 사이였습니다.

개가 죽은 게 뭐 별거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더군요. 저도 매우 힘들었지만, 아이에게는 가족 하나를 잃은 것보다 더 슬퍼 보였습니다. 말도 없어지고 집에 틀어박혀 지내며, 이유 없이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가 제게 말했습니다.

"아빠, 나 정신병원 다녀올까?"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가는 김에 심리 상담 먼저 받고, 병원 가보라고 하면 가보자."

그리고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정신이 아파도 병원에 가는 거야.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정신이 감기 걸린 거야."

상담을 하면서, 때로는 상담보다는 병원에 가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런 생각이 아이를 비하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정신이 감기에 걸린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와 아이들은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말을 꺼내면 대폭발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저도 그런 말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병은 '감기'가 아니라 '수치스러운 상황'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입시 상황은 대부분 아이와 부모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간의 모든 나약한 면을 다 모아놓은 상황입니다. '미래', '욕망', '과정보다 결과'…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욕망이 없는 사람도 없습니다. 과정보다 결과에 의해 결정되는 것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 모든 억압들이 한꺼번에 눌리면 정신적인 장애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장애는 매우 정상적입니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힘든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부모가 힘들어하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럴 때, 저는 지체 없이 치료를 받기를 권합니다. 저도 상담을 하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꽤 여러 번 심리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런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익히기도 했습니다. 만약 '수치스러운 정신병'이라는 생각에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아이나 부모는 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아니 다행히 그냥 봉합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수년간 패배감, 좌절감, 열패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그런 치료를 두려워하여 거부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래와 같이 해보시길 권합니다. 많은 아이들을 보며 터득한 요령 같은 것입니다. 그것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줍니다. 수능이 끝나거나 재수가 끝나면 해결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은 그냥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확신을 가지고 마음을 다스리라는 것입니다.

2. 활동적인 무언가를 하세요. 부모부터 시작하세요. 자전거를 타거나 등산을 가세요. 아이에게 같이 산책을 권하고, 아이가 싫다고 하면 부모부터 매일 산책을 하세요.

3. 아이를 걱정하지 말고 신뢰하세요. 올해의 목표는 아이가 대학 가는 것도, 아이의 우울증 번아웃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 부모를 신뢰하게 하는 것이 목표여야 합니다. 부모를 신뢰하는 아이는 정신병이 오지 않습니다. 든든한 아군이 있는 경우에는 감정이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이를 걱정하지 말고, 부모가 걱정하지 말고, 항상 아이에게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라고 강하게 이야기하세요. 아이가 싫어해도 그 말을 멈추지 마세요. 그리고 부모가 항상 함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세요.

4. 아이의 스트레스 요인 중 가장 큰 것을 제거하도록 노력하세요. 실제로 많은 아이들의 스트레스 요인 중 큰 것이 '부모'입니다. 부모가 안절부절못하거나 이랬다저랬다 하면 아이들은 더 큰 불안을 느낍니다. 그러니 그 요소가 부모 자신이라면 부모부터 바뀌세요. 부모부터 심리 상담을 받으세요. 만약 아이가 심리 상담 등을 받겠다고 하면 부모도 함께 받으세요.

5. 종교를 가지세요. 활동적인 무언가를 하라고 했으니 절에 등산 가세요. 교회 성가대 등을 하세요. 아니면 카톨릭 성지를 찾아다니세요. 무슨 종교든 좋습니다. 이슬람교를 믿어도 좋습니다. 너무 빠지거나 의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괴로울 때, 하나님을, 부처님을 의지하고 담대하게 나아가세요.

6. 아이와 반드시 해야 할 것 하나를 정하세요. 일주일에 한 번 같이 산책하기, 일주일에 한 번 꼭 외식하기 등입니다. 고3이라고, 시간 없다고 피하지 마시고 꼭 실천하세요. 제가 상담한 아이 중 전국 수석을 한 아이도 수능 일주일 전 부모와 외식 약속을 지켰다고 합니다. 그만큼 시간이 없지는 않으니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세요.

7. 아이와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을 훈련하세요. "엄마 왜 그래!" "제발 내버려 둬!"라고 소리쳐도, 아이에게 웃으면서 말하는 훈련을 하세요. 아이는 매일매일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훈련합니다. 그런데 왜 부모는 '미안해, 엄마는 엄마가 처음이야' 같은 말로, 매일매일 훈련하는 아이의 10분의 1도 노력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웃으며 응원하세요. 아이가 수능 공부하듯 부모도 자녀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아이는 정신병자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부모가 정신병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수치스러워하지 마시고, 더 큰 병이 생기기 전에 적극적으로 고치도록 노력하세요. 인생의 목적은 '합격'이 아니라 '행복'에 있습니다.

#자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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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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